호박 같은 내 인생 내 이름은 꾸제트 My Life As a Courg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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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꾸제트’는 이층 다락방에서 세모 연을 만들고 있다. 오래 전 헤어진 아빠를 생각하며 슈퍼맨을 그리고 아빠가 좋아했다는 어린 닭을 그려 넣었다. 1층에 있는 엄마는 벌써 몇 병째 인지 모를 맥주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다. 엄마는 늘 맥주를 마시며 혼잣말을 하다가 이따금씩 다락방에 올라와 소리를 지른다. 그럴 때 마다 잔뜩 겁에 질린 ‘꾸제트’는 다락문을 닫아버리고 연신 ‘잘못했어요.’라고 말한다. 어느 날, 엄마가 돌아가셨다. 경찰관 아저씨와 함께 도착한 곳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모여 산다는 ‘퐁텐 보육원’. 아빠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상징인 세모 연과 맥주 캔을 보물처럼 품고 도착한 그 곳에는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꾸제트를 맞아주었다.
‘내 이름은 꾸제트’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질파리의 원작 소설 <꾸제트의 자서전>을 클로드바라스 감독이 3년간 공을 들여 스톱모션애니메이션으로 탄생시켰다. 인형을 매번 움직여 한 프레임씩 촬영하는 기법은 인형의 움직임이 주는 투박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마치 영화 속의 아이들을 가까이 만나는 느낌을 갖게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눈을 어른의 눈보다 크게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무표정한 얼굴에 유난히 큰 눈은 슬픔이 담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쟤는 아빠가 엄마를 때리고 집을 나갔대. 눈을 보면 알아. 다 봤다는 거.’ 새로 온 친구 ‘까미유’를 두고 하는 꾸제트의 말처럼, 부모의 모습을 두려운 심정으로 바라보았을 아이들이 그려진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버려졌다고 여긴다. 그래서인지 가슴 한 켠에 그리움과 기다림이 배어있다.
 


자동차가 들어오면 ‘엄마?’를 부르며 뛰어 나가는 ‘베아’는 아프리카로 추방되었다는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얼굴의 반을 노랑머리고 가리고 있는 ‘알리’는, 조금만 긴장하면 포크로 접시를 연신 두들겨대는데 아빠에게 끔찍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주주베’는 치약을 먹고 배탈이 나기 일쑤고 ‘아메다’는 저녁마다 오줌을 싼다. ‘시몽’은 가장 나이가 많아 대장노릇을 하지만 실은 엄마의 편지를 매일 기다리는 외로운 친구다. 고모 손에 이끌려서 온 ‘까미유’는 나무 그늘에서 ‘카프카’의 소설을 읽는 조금 조숙한 아이다. 모두들 부모를 기다리지만 ‘까미유’ 만은 부모를 대신해 줄 고모가 있음에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때리는 고모와 사는 것보다 이곳이 좋다고 한다.
아이들은 서로의 슬픔을 알아보는지 돕고 의지한다. 10살 남짓한 일곱 명의 아이들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눈싸움을 하며 외로움과 분노, 두려움과 호기심을 나누는 형제가 된다. 동생들을 괴롭히고 달갑지 않게 대하는 ‘시몽‘은 때때로 듬직한 형 노릇을 하고 의젓한 ‘까미유’는 불안에 떨고 있는 알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준다. 아이들은 ‘우린 아무도 없어.’라고 말하지만 이곳의 친구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
‘꾸제트’는 자기 마음을 잘 알아주는 ‘까미유’와 속내를 털어놓은 특별한 친구가 된다. ‘가끔, 다 커서 엄마랑 함께 사는 꿈을 꿔. 엄마는 혼잣말을 하며 계속 술을 마셔. 나도 술을 많이 마셔. 이제 그런 일 안 생기게 돼서 참 다행이야.’ 꾸제트의 꿈은 엄마를 만나는 반가운 일일 수도 있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이기도 하다.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망을 갖게 된 건 보육원의 친구들과 새로 만난 어른들 덕이다.

출처 - google 이미지 검색


 

아이들은 세상에서 처음 만난 어른 즉, 부모에게는 돌봄을 받지 못했으나 집 밖의 어른들에게 구원을 받는다. 보육원의 원장님, 두 명의 선생님, 그리고 경찰관 ‘레이몽 아저씨’는 친절하고 따뜻하며 약속을 어기지 않는 어른들이다. 그들은 상처 입은 어린 새를 가만가만 다루듯 아이들은 재촉하거나 책망하지 않는다. 대답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 돌봐준다.
보육원 ‘로지’선생님의 아기를 둘러싸고 일곱 명의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가슴 아프다. 아마도 세상의 수많은 아이들은 이런 이유로 부모들에게 혼이 나고 위협받으며 그래서 버려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정말 안 버리실 거예요? 만약에, 못생겨도요? 똥 냄새나도요? 오줌 싸고 맨날 울기만 해도요? 학교에서 말썽피우거나 멍청해도요? 돼지처럼 많이 먹고 엄청 말 안 들어도요? 만약에... 방귀 끼거나 벽에 낙서해도요? 중2병에 걸려도요?’
영화의 원제는 ‘My Life As a Courgette’, ‘호박 같은 내 인생’이다. 엄마는 ‘이카르’라는 이름 대신 늘 ‘꾸제트(호박)’라고 불렀다. 번번이 놀림감이 되는데도 꾸제트는 엄마가 불러 준 이름으로 자기를 소개한다. 프랑스의 한 지방에서는 매년 호박축제를 연다. 축제의 풍경을 보면 크고 작은 각양각색의 호박이 전시되는데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호박을 장난감삼아 놀이를 하고 멋진 요리로 탄생한 음식으로 즐기기도 한다. 아이들도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태어나고 성장한다. 넝쿨로 감아 올라가는 생명력이 다른 작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왕성하다는 호박처럼 처음 뿌리를 내린 땅은 척박했지만 여름의 더위와 햇빛의 계절을 지나 자기만의 열매를 맺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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